140115: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날.
지난 여름에 딴 스쿠버 자격증을 써먹을 날이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 네오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를 옮기기 위해 가방을 모두 가지고 나왔다.
케이프탐나의 실장님이 오셔서 스쿠버 다이빙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시고 짐을 맡아주셨다.
케이프타운 Into the Blue Scuba Dive Centre
사무실에서 오늘의 다이빙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산 뒤,
다이빙 포인트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케이프타운에서 한시간 정도 차를 달려,
사이먼스 타운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가게에 잠시 들려 커피를 한잔하며,
다이빙 가이드인 Celeste의 친구 생일을 화상통화로 함께 축하해주고,
함께 다이빙을 할 터키 아저씨의 수준급 하모니카 실력도 감상하였다.
차를 마신 뒤, 배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여 다이빙 슈트로 갈아입었다.
터기 아저씨가 엉뚱하게도 슈트 아래위를 거꾸로 입어 한바탕 웃었다.
장비를 모두 챙겨 배에 올랐다.
첫번째 다이빙은,
물개들이 수백마리 모여있는 작은 섬 근처에서 하였다.
물개가 사람을 알아보는지 주변을 헤엄치며 장난도 치고,
바로 앞에서 입도 뻐끔거리며 뭔가 얘기하려는 듯 했다.
처음엔 놀랐는데 익숙해 지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산소가 떨어지는 30분 남짓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두번째 다이빙은,
황소상어가 출몰하는 장소.
오늘의 백미가 될 샤크 다이빙이다.
설마 상어가 항상 있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보면 좋고 안봐도 좋다는 생각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거의 3미터에 이르는 황소상어가 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초 숲을 누비며 천천히 헤엄치고 있었는데 사람한테는 관심도 없는 듯 했다.
처음엔 엄청 긴장했지만, 나중엔 지나가는 상어의 등을 쓰다듬을 정도로 익숙해 졌다.
상어의 등은 딱딱해 보였는데 실제로는 맨질맨질했다.
작은 상어들이 바위 밑에 코를 박고 자고 있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다이빙을 끝나고 배에 올라왔다.
배를 운전하는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여기 상어들이 좀전에 본 물개들을 잡아먹기 위해 이곳에 서식하는거라 한다.
그래서 상어 포인트보다 사실 물개 포인트가 좀더 위험하다고.
그 말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다이빙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오는데 선착장 바닷 속에 엄청 커다란 만타 가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보트 주위를 만타 가오리들에게 포위당한 기분이었다.
어찌나 큰지 배를 뒤집어 버리진 않을까 살짝 불안했다.
장비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친구 S는 오늘도 멀미가 심했다.
가이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갔다.
도로변에 펭귄이라고 쓰여져 있어 펭귄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 펭귄이란다.
무더운 아프리카에 웬 펭귄? 의아했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뒤 가이드 아가씨와 작별을 하고,
너무 배가 고파서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케이프타운 식당 사울스 그릴 (Saul's Grill)
고기가 맛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부드럽고 육즙가득에 맛 좋은 남아공의 햄버거.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보충한 뒤,
실장님의 차가 올때까지 근처 스포츠용품점에 갔다.
남아공에는 남아공 스타일의 바베큐 요리가 있는데, 브라이 라고 한다.
화덕에 양고기나 소고기를 구워 먹는 바베큐인데,
왠만하게 갖춰진 가정집에는 이를 위한 화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실장님께서 재료비만 드리면 자택에서 한상 크게 차려주신대서 실장님 댁으로 향했다.
케이프탐나 여행사의 사장님께서는 공직에 계시다 일을 그만두신 뒤,
남아공으로 건너와, 여행 가이드 공인자격증까지 따서 관광안내 일을 하신다고 한다.
집이 엄청 넓었다. 앞뒤 마당도 있고 게스트하우스도 겸하고 계신다고 한다.
평화로운 마당에서 분수 소리를 들으며,
마치 친척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브라이를 먹었다.
실장님 (사모님) 손맛이 대단했다.
김치와 함께 먹는 남아공 바베큐 브라이의 맛은 더 각별했다.
양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산더미 처럼 구워주신 고기를 거의 다 먹고,
선물로 사온 와인 두병, 사장님께서 주신 와인 한병, 그리고 우리가 마시려고 산 와인 한병까지 총 4병을 마셨다.
실장님께서 오늘은 자택에서 자고 가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운전 걱정없이 사장님, 사모님, 아드님까지 마음 편하게 와인을 드셨다.
체크인 예정이었던 숙소에 연락하여 다음날 체크인 하기로 하고,
늦도록 먹고 마시다, 한국처럼 편안한 침대에서 잠들었다.
상어와의 스쿠버.
미친 짓으로 들릴수도 있었던 일이 직접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짜릿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남아공에 와서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날수 있어 행복하다.
하루가 너무 짧다.
'아프리카 & 중동 > 남아프리카 공화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아공 여행 #6 유유자적 골프 인 케이프타운 (0) | 2016.11.05 |
---|---|
남아공 여행 #5 미친 스카이 다이빙 (0) | 2016.11.05 |
남아공 여행 #3 테이블 마운틴 하이킹 (0) | 2016.11.03 |
남아공 여행 #2 죠스를 마주하다, 샤크 케이지 (0) | 2016.11.02 |
남아공 여행 #1 출발, 케이프타운 (0) | 2016.11.01 |
댓글